<어디서 살 것인가>, 살아서 살 곳

어디서 살 것인가 /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Instagram의 들숨📚님 : "존재를 둘러싼 물리적 공간에 대한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고민.

 

서울이라는 도시는 마치 다도해처럼 여러 개의 섬으로 나누어진 것 같다. 그 섬과 섬 사이를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셈이다. 공간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렇게 나누어지게 된 이유는 우리가 자동차나 지하철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나 지하철을 타면 실내로 들어갔다 나오게 되어 경험이 단절된다. 경험이 단절되면 동네는 나뉘게 된다. 그래서 도시는 지하철역에 따라 구분된다. 이를 피하려면 경험을 연속되게 햊 주어야 하는데, 걷는 것이 가장 좋은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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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공간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걷기 중심으로 공간이 연결되어야 한다. 

 

사실 우리가 창조라고 하는 것들은 어차피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닌, 자연에 있는 물질의 재구성일 뿐이다. 우리 인간이 하는 모든 행위는 자연으로부터 잠시 빌려 쓰는 행위다. 업사이클링도 잠시 빌려 쓰는 행위다. 현재 지구상에는 역사상 가장 많은 인간 개체 수가 있고 모두가 살아남아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 

 

지나친 공간 소유는 갈등이고 공멸이다. 미디어 속의 공간으로 숨어들어가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인지도 모른다. 

 

어디서 살 것인가? 이 문제는 객관식이 아니다. 서술형 답을 써야 하는 문제다. 그리고 정해진 정답도 없다. 우리가 써 나가는 것이 곧 답이다. 아무도 채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스스로 '이 공간은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가?' 자문해 보는 과정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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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를 둘러싼 물리적 공간에 대한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고민을 따라가는 글인데, 벅차지 않고 따뜻하다.

저자가 공간과 건축, 무엇보다도 사람을 생각하는 전문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언어에서 생명 있음을 칭하는 동사와 기거함을 칭하는 동사가 같다.

살다, live.

집 혹은 공간의 본질이 이 단어에 옴팡지게 담겨있다.

집이 사는(live) 곳보다 사는(buy)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 광풍의 안팎, 사람들은 불안과 절망, 시기와 후회 사이 어딘가에서 제각기 길을 잃은 것 같다.

살 곳을 정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적정 물리 공간을 소유할 수 없기에 가상의 공간으로 달아나는 세태라는 분석이 가슴에 사무쳤다.

그럼에도 살고 싶은 곳을 생각하고, 어디서 살고자 하는지를 끊임없이 다듬어 품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바람이 차곡차곡 모일 때 나 뿐 아닌 모두가 살기에 더 나은 곳곳이 탄생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