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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2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두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김소연 / 문학과지성사 멜로드라마처럼 사랑을 도구로 삼아 사랑을 소비해온 문화들을 우선 사랑의 적으로 간주해야 한다. 사랑을 낭만적 영역이라 치부하고 탐구를 외면해온 시선 역시 사랑의 적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멜로드라마의 세례를 받고서 허구적인 사랑 놀음에 함께 웃고 함께 우는 사이에, 우리는 그와 비슷한 격정적인 감정만을 사랑이라며 동경해왔다. 심장이 짜릿한 설렘과 사랑이 저릿한 통증을 함께 겪고 싶다고 막연하게 사랑을 꿈꾸지는 않았을까. 거기에 어떤 약속과 어떤 책무가 뒤따르는지에 대한 예상은 그다음 순위의 관심으로 미뤄놓지는 않았을까. 그녀는 스스로의 주인으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 항상 모자랐다. 사람이 한 사람의 그림자로 존재하는 사건을 더 자주 겪었다. 한 사람이 한 사람.. 2021. 10. 10.
시 <청춘> 두 편 청춘 심보선 거울 속 제 얼굴에 위악의 침을 뱉고서 크게 웃었을 때 자랑처럼 산발을 하고 그녀를 앞질러 뛰어갔을 때 분노에 북받쳐 아버지 멱살을 잡았다가 공포에 떨며 바로 놓았을 때 강 건너 모르는 사람들 뚫어지게 노려보며 숱한 결심들을 남발했을 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을 즐겨 제발 욕해달라고 친구에게 빌었을 때 가장 자신 있는 정신의 일부를 떼어내어 완벽한 몸을 빚으려 했을 때 매일 밤 치욕을 우유처럼 벌컥벌컥 들이켜고 잠들면 꿈의 키가 쑥쑥 자랐을 때 그림자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에서 그 그림자들 거느리고 일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을 때 사랑한다는 것과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이 같은 말이었을 때 솔직히 말하자면 아프지 않고 멀쩡한 생을 남몰래 흠모했을 때 그러니까 .. 2021.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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