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모래폭풍 속 신기루처럼 아름다운 묵시록

듄 Dune

드니 빌뇌브
티모시 샬라메, 레베카 퍼거슨, 오스카 아이삭, 제이슨 모모아

Dreams are messages from the deep.

I must not fear. Fear is the mind-killer.
Fear is the little-death that brings total obliteration.
I will face my fear. I will permit it to pass over me and through me.
And when it has gone past I will turn the inner eye to see its path.
Where the fear has gone there will be nothing.
Only I will remain.

One day, a legend will be born. All of civilization depends on it.

A great man doesn't seek to lead; he is called to it.
But if your answer is no, you'd still be the only thing I ever needed you to be: my son.

The mystery of life isn't a problem to solve, but a reality to experience.
A process that cannot be understood by stopping it.
We must move with the flow of the process.
We must join it. We must flow with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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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니 빌뇌브와 한스 짐머 두 듄친놈이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장면과 소리로 한땀한땀 짜낸 태피스트리. 거기 완벽한 색채를 입히는 티모시샬라메의 아우라가 관객을 작품 속으로 완전히 빨아들인다. 그가 아닌 폴 아트레이드를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

드니 빌뇌브의 영상언어가 얼마나 탁월한지에 대해 단 한 순간도 의심한 적 없었다. 그럼에도 기대 이상을 하는 영화였다. 덕업 일치가 이렇게 무섭구나 싶은 완성도를 뽐낸다. 스크린이 아닌 맥북 화면이라 가정했을 떄, 처음부터 끝까지 그 어느 장면에서 스페이스 바를 눌러도 좋을 것이다. 그 화면이 그대로 벽에 걸어도 손색 없을  작품이다.

듄이라는 작품의 가치나 그 세계관을 맥락조차 전혀 알지 못한 채로 영화관에 갔다. 나같은 관객들에게는 불친절한 영화로 다가올 수도 있을법하다. 잘 만들어지지 않아서가 아니라 시적(poetic)인 작품에서 불가피한 난해함 때문이다. 드니빌뇌브의 호흡은 늘 느리고 깊었지만 이번 작품에서 더 도드라진다. 묵시록적 운율감을 더하는 특질이다. 본격적으로 본인만의 예술을 하는 느낌. 여기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개인적으론 영화를 보며 느낀 가벼운 당혹감이 원작소설을 읽고 나서 완전히 해소됐다. 원작 특유의 문투와 분위기를 영상으로 이보다 더 잘 옮길 수가 없겠다 싶어 오히려 경탄하게 됐달까.

1편은 2편을 위한 기초공사다. 광야의 메시아, 지배자와 피지배자, 신앙과 의심, 기술과 문명, 자원과 개발, 전쟁과 평화, 도전과 응전. 인류 역사를 뒤틀어 짜낸 듯한 원작의 방대한 세계관이 2편에서부터 몰아치지 않을까 싶다. 2023년에나 나온다는 소식이 나를 절망하게 하지만, 그때까지 원작 3~6권 읽으면서 고행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