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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캐니 밸리>, 그 계곡의 달고도 쓴 열매 언캐니 밸리 - 실리콘 밸리, 그 기이한 세계 속으로 애나 위너 / 카라칼 / 송예슬 옮김 내 친구들은 최선을 다해 헌신적으로 일했으나 하는 일에 비해 보잘것없는 보상을 받았다. 그들이 선택한 삶은 궁상맞았다. 테크 노동자들은 내 친구들 같은 부류를 경제에 보탬이 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낮잡아 봤다. 하지만 멸시는 상호적이었다. 친구들은 스스로를 창업가라고 소개하는 또래를 보면 괜한 우월감을 느끼며 웃음을 터뜨릴 것이다. 내 친구들의 세계는 감각적이고 감정적이며 복잡했다. 관념적인 동시에 표현적이었다. 가끔은 혼란스러울 때도 있었다. 그 세계는 분석 소프트웨어가 지향하는 바와는 확연히 달랐다. 그 세계 안에 여전히 내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이제는 확신이 서질 않았다. 내가 이루고 싶은 것들은 막연했다.. 2021. 8. 1.
<보통의 존재>, 연약함에 대한 고백 보통의 존재 이석원 / 달 그것이 우리의 시작이었다. 시간은 흘렀고 마침내 모든 인연은 소멸하였다. 함께 보낸 시간들은 묻혀 화석이 되거나 기억과 함께 사라져갈 형편이 되었다. P.15 나는 내가 본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귀한 것. 오직 너에게만 보여주고 싶은 것. P.23 아무도 없는 세상에 나 홀로 있다가 아무도 없는 세상에 둘이서만 있게 되는 게 연애입니다. 그래서 연애를 해도 외롭지 않게 되는 건 아니지요. 아무도 없는 세상에 기껏해야 한 사람이 더 생기는 것에 불과하니까. 찬욱이 형은 이 영화에 내가 알지도 못할 무수한 것들을 담으셨겠지만 내게는 이 부분이 유독 가슴에 남을 것 같습니다. 비록 제가 뱀파이어가 되어본 적은 없지만 그런 깜깜 낭떠러지에 둘이서만 서본.. 2021. 8. 1.
<데뷔의 순간>, 벼랑 끝 꿈 보고 달리는 이들에게 데뷔의 순간 - 영화감독 17인이 들려주는 나의 청춘 분투기 주성철 엮음/ 한국영화감독조합 지음 / 푸른 점점 주변의 불편한 시선도 느껴지고, 이제 할 만큼 했으니 다른 먹고살 일을 찾으라는 진심 어린 조언도 숱하게 들었다. 그럴 때 가장 치명적인 것은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는 자학과 스스로를 가엽게 여기는 자기연민의 도돌이표다. ... 그럼에도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진정으로 원한 데뷔작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김경형'이라고 하는 인간의 본질과 무관한 불량식품은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p.26-27, 31 김경형, 그리고 특별한 재능이나 영리함이 있었다기보다 맷순간 가졌던 절박함이 나의 무기였다. 그래서 나는 동생 승범이나 박찬욱 감독님처럼 '아님 말고' 식의 여유를 가진 사람들이 부럽다. .. 2021. 7. 31.
<죽여주는 여자>, 인격으로써의 노인과 약자 죽여주는 여자 The Bacchus Lady, 2016 드라마한국111분2016.10.06 개봉 감독 이재용 배우 윤여정(소영), 전무송(재우), 윤계상(도훈) 우리 나쁜 사람들 아니에요! 왜 이런 거 찍어? 돈 되는 거 찍어. 나처럼 늙어서 개고생하지 말고. 안 도와줘도 돼요. 돈 내줄 것도 아니면서. 저 사람도 무슨 사연이 있겠지. 아무도 진짜 속사정은 모르는 거거든. 차라리 잘됐네. 양로원 갈 돈도 없는데. 올 겨울은 안 추웠으면 좋겠네. "우리 나쁜 사람들 아니에요." 오갈데 없는 코피노 소년을 본능적으로 거둔 박카스 할머니와, 한쪽 다리가 없는 성인 피규어 제작자에게는 어떤 악의가 없다. 아마 이주여성지원센터 관계자는 규정상의 이유로 난색을 표했겠지만, 습관처럼 도훈 입에서는 결백을 주장하는 말.. 2021. 7. 31.
<음식의 언어>, 배보다 뇌가 부른 코스요리 음식의 언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인문학 저자 댄 주래프스키|역자 김병화|어크로스 |2015.03.25원제The language of food 여러 민족이 문화적 보물이기나 한 것처럼 자기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요리들의 유래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우리 모두가 이민자라는 사실이다. 어떤 문화도 고립된 섬이 아니며, 문화와 민족과 종교 사이의 혼란스럽고 골치 아픈 경계에서 어떤 훌륭한 특성이 창조된다. p.98 "부자는 당신이나 나와 다르다"고 한 스콧 피츠제럴드의 말이 맞을 수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포테이토칩 광고업자들은 역사가 에리카 피터스의 격언을 되풀이하면서 부자는 당신과 나와 다르기를 원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람들이 먹는 것은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 뿐만 아니라 어떤 존재가 되고 싶어 .. 2021. 7. 31.
<혼자 가는 먼 집>, 사랑에 관한 허수경의 시들 공터의 사랑 한참 동안 그대로 있었다 썩었는가 사랑아 사랑은 나를 버리고 그대에게로 간다 사랑은 그대를 버리고 세월로 간다 잊혀진 상처의 늙은 자리는 환하다 환하고 아프다 환하고 아픈 자리로 가리라 앓는 꿈이 다시 세월을 얻을 때 공터에 뜬 무지개가 세월 속에 다시 아플 때 몸 얻지 못한 마음의 입술이 어느 풀잎자리를 더듬으며 말 얻지 못한 꿈을 더듬으리라 불취불귀 어느 해 봄그늘 술자리였던가 그때 햇살이 쏟아졌던가 와르르 무너지며 햇살 아래 헝클어져 있었던가 아닌가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은 없다 마음들끼리는 서로 마주 보았던가 아니었는가 팔 없이 안을 수 있는 것이 있어 너를 안았던가 너는 경계 없는 봄그늘이었는가 마음은 길을 잃고 저 혼자 몽생취사하길 바랐으나 가는 것이 문제였던가, 그래서 갔던 .. 2021.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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