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날, 뜻밖의 알찬 나들이

이상한 꿈들을 잔뜩 꾸다가 떡국 먹으라는 엄마의 성화에 어영부영 일어난 게 11시30분. S한테 전화가 와서 눈도 못 뜨고 받았다. 집앞으로 데리러 갈 테니 마티스전 보러 가자고. 하루종일 누워 있는 것보단 그래도 새해 첫 날이니까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그러기로 했다.

작년에 봤던 마이아트 미술관 전시와 달리 기법 중심으로 회랑을 정리한 게 인상깊었다. 밥숫가락 들 힘 없을 때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또 잘 해낸 분이라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얼굴들이 유독 마음에 맺혔다.

앙리마티스다운 한마디

이정도 곱게 표현하신 거 보니 모델이 미인가보다고 속닥거림

스케치나 다름없는 결과물로 남은 일부 작품들에 대해선 왜 판화라는 번거로운 고비용의 기법을 고수했을까 하는 의아함도 들었다.비용은 많이 들었을 텐데 여러번 찍어낼 수 있다 보니 작품의 희소성은 필연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아주 비효율적인 방식이 아닌가! (미술알못 소비자 관점)

친구랑은 이런 얘길 하면서 플렉스니 뭐니 헤헤거렸는데, 이 역시 판화라는 한 우물에 대한 예술가의 집념 내지 애정이려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가슴이 몽글몽글했다. 지질과 기법에 따라 이다지도 결이 다른 작품이 나올 수 있단 것도 놀라웠고.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아

전부터 이 그림 오렌지가 귀여운 덕인지 너무 마음에 든다

제법 예쁜 달팽이를 보신듯하다

색 없이 선이 강조된 작품이 체감상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역시 개인적으론 앙리마티스 특유의 색채가 빛나는 재즈 시리즈가 눈 뒤집어지게 좋다.

얼굴 빼꼼이 귀여워

특이한 전시 코너도 있었다. GAN으로 마티스 그림을 학습한 AI가 화가가 사용한 색채를 영상으로 풀어내는 것.
넋놓고 아름다운 색채의 향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중간중간 낯익은 작품이 보이는 듯도 했다.

공감. 알록달록이 너무나 좋아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갤러리마다 적체가 심했지만, 티켓 교환 자체에 몇시간씩 줄서야 하는 정도는 아니라 양반으로 느껴졌다.

잘 보고 야무지게 봉산옥 가보려 했는데 오후 4시에 재료 소진 무슨 일이에요 사장님. 우리가 너무 새해 첫날을 얕봤나보다.

세상 모든 사람 만둣국 먹으러 왔던듯.

헤매다 만난 잠수교에서의 노을

갈 곳 못찾고 어영부영 헤매고 길 잘못 들다가 을지로 부민옥까지 갔는데 거기는 문을 닫았더라. 울고싶었다.

끝내 간 곳은 남포면옥.

장난감같네

S가 한번쯤 가보고 싶었던 식당이었다고 하니 다행이었고, 태어나서 처음 먹는 어복쟁반이라고 하니 의미도 있었던 것 같다.

따뜻하고 좋았는데 정말 맛있다 우와는 아니었다. 콩자반이랑 동치미가 맛있었다. 그냥 오래된 맛집 도장깨기 하나를 S랑 했다는 거 자체에 의미를 두기로.

아이폰13프로 나랑 안맞는거같아..초점 언제쯤 익숙해짐?

저녁 먹고 이렇게나 빨리 또 가게 될 지 몰랐던 적당에 들러 밀크티를 케이크아웃 하는 걸로 서울 나들이 끝!

첫날을 바지런히 보냈으니 올 한해 뭔가 잘 살 것 같아서 배부르다.

 

올해는 휘발되는 기록 말고 조금 더 끄적그적하는 기록을 많이 남기고 싶다. 

손으로 일기를 써야지 하는 집착을 버리면 의외로 더 잘 기록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티스토리를 활용해 보기로 한다. 

 

기타 새해 첫날 TMI: 공인중개사 자격증 따보겠다고 인강 충동결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