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올해의 OO

딱 하나만 고르는 거 정말 못하는 성격이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괴롭히며 올해 보고 듣고 느낀 것 중 가장 마음에 남은 것들을 남겨본다. 

시간이 지나 이 한 해를 돌아봤을때 기억나는 애정어린 감각이 좀 더 선명하기를 바라며 고르고 골랐다.

돌이켜보니 폭풍같았던 2021년, 곱고 귀한 것들을 실컷 접하고 충만하게 누렸구나 싶다.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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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외국영화: 듄(2021), 드니 빌뇌브

온 감각이 다 눈을 뜨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영화적 경험 오랜만이었다. 

어딘가에 취한 것 같았다. 책 읽고 나서 영화가 얼마나 훌륭했는지 더 전율하게 됐다. 

덕업일치계의 화룡점정.

 

2021.11.26 - [kaleidoscope 🎬] - <듄>, 모래폭풍 속 신기루처럼 아름다운 묵시록

<듄>, 모래폭풍 속 신기루처럼 아름다운 묵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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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한국영화: 복수는 나의 것(2002), 박찬욱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 마침내 본 명작. 추적추적 슬픔이 남았던 복수.

제천의 방만큼 큰 티비와 함께 각인될 어떤 여름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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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감독: 장 마크 발레

요절이라 하긴 애매하지만 이렇게 빨리 가서는 안되는 천재였는데.

차기작 소식만 목빠지게 기다렸는데.

몇 안남은 안 본 작품 보면서, 마지막으론 데몰리션 다시 보는 걸로 추모 제대로 하고 싶은 기분

[추모]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와일드'의 장 마크 발레 감독, 향년 58살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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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한국드라마: 구경이(2021)

시청률 안나오는 명작 드라마 너무 좋다.

우리끼리 아는 비밀처럼 고고하고 도도하게 그렇게 잘난 채로 시즌 2 나와줄 수 없을까.

여러모로 더 큰 대한민국 성큼이었던 작품.

구경이(2021) - 왓챠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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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외국드라마: 체르노빌(2019)

한국 드라마판은 역사적 사실을 극으로 다루는 방법을 두고 뜨겁게 달궈진 한해였다.

일어난 일을 가지고 뭔가를 창작할 거라면 체르노빌의 시선과 태도를 본받아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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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배우: 티모시 샬라메

올해는 정녕 그의 해였다. 모든 배역을 찰떡같이 소화하며 종횡무진.

유튜브에서 티모시 샬라메 이름을 발음할 때마다 그에게 오달런가 십달러 정도 빚 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단 댓글을 본 적 있는데

진짜 한 백만달러 정도 빚을 진 것 같다.

내게서 채권추심 해줄래 모시야, 난 가진 게 없으니 날 줄게.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배우.

특히 폴 아트레이더스 왕자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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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가수: Nothing But Thieves

내가 락베이스의 음악을 너무나도 좋아한다는걸 슬며시 잊을 때가 되면

마음에 쏙 드는 밴드들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뺨을 때린다.

한 곡에 꽂혀서 전곡재생했는데 거를 게 하나 없었던 행복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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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앨범: New Century Masterpiece Cinema, Nerd Connection

모교 탐험 가는 길 평촌의 어느 카페에서 흘러나온 음악 듣고 너드커넥션을 알게 되었다. 

마침 신보가 나와서 하나 둘 들어보다가 전부 좋아서 앨범소개, 곡소개를 읽었다.

전체를 관통하는 스토리텔링과 주제의식까지 완벽했다.

그래서 CD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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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노래: My Universe, Coldplay&BTS

어렸을 때 한국어 나오는 콜드플레이는 곡은 상상도 못 했는데.

콜드플레이 내한 취재 당첨돼서 심장 터질것 같던 게 수 년 전.

그 사이 내가 아이돌에 입덕을 하고, 그 아이돌이 콜플과 같이 곡을 내고,

그 노래 부르는 둘을 공연장에서 볼 확률 얼마나 될까.

벼락 맞을 수준 아닌가?

그렇게 한 뼘 더 넓어진 나의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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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소설: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어쩐지 위로도 받고 동정도 하고 동경도 하게 됐던 삶.

멋지게 늙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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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시집: 그 웃음을 나도 좋아해, 이기리

엄마와 공원에 누워서 책읽는 데이트를 하기로 하고 서점에 들려 고른 시집.

와 요즘 시인 나보다 어린 것 봐 하면서 감탄섞인 자괴감을 느꼈다.

여름의 기운을 잔뜩 뒤집어쓰며 이 시집을 읽는데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났다.

그리운 기분도 들고 안아주고 싶은 기분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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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에세이: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무루

멋지게 늙고 싶다는 생각이 반짝거리다 못해 활활 타오르게 만든 책.

비오는 아침 의림지 카페의 적막함이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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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비문학: 리얼리티 버블, 지야 퉁

세계는 늘 놀랍고 아름다운 것 투성이인데, 사람이 너무 어리석어서 망가져간다.

염세 없이 반성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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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단어: 결락(缺落): 있어야 할 부분이 빠져서 떨어져 나감

쓸쓸하고 애처로운 단어다.

소리까지 아름다워서 묘한 기분이 든다.

쓰임새는 생각보다 실용적인 듯한데, 낭만적으로도 조합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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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공연: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LA

입덕하고 코로나 터져서 실존을 체감하는게 너무 힘들었다.

오프라인 공연을 본 것 자체로도 너무 행복한 일인데 직접 보니 정말 공연 너무 잘해서 대만족.

동시대를 산다는 게 행복하고 짜릿했다.

하 얼른 덕질 티스토리에 콘서트 후기 올려야 되는데.

올리고 링크 갈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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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전시: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주제 자체가 매혹적이어서 오래 찜해뒀다가 게으른 탓에 막차 타고 본 전시.

작품, 구성, 경험이 복합적으로 좋았다.

천재끼리 친한거 부럽고 나도 끼워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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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도시: 영국 런던, UK LONDON

뜻밖에 가게 된 출장.

코로나 때문에 2년 만에 나가는 외국이 영국이라니.

지난번 런던 출장 때 아마도 런던 마지막이겠거니 하고 애틋하게 작별했는데

다시 갈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이것도 얼른 밀린 기록을 남기고 링크 갈자 나자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