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이모저모

1. 본디

싸이월드+카카오톡+제페토 느낌의 힙스터앱 bondee 본디가 (내 주변) 세상을 강타했다.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 분명하고, 귀여운 것은 그 무엇도 이길 수가 없다.

싸이월드 미니룸 그 자체

나와 친구들의 집 모음

이게 뭐라고 뽀짝뽀짝 공간을 꾸미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제각기 조금씩 다른 친구들의 아바타와 방 구경하는 재미도 상당했다.
친구를 50명까지밖에 받을 수 없고 상호 수락을 기본으로 하는 살짝 폐쇄적인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망망대해를 떠돌다 해파리떼를 만난 나

표류의 즐거운 한때 기록

망망대해를 떠돌다가 아름다운 풍경이나 바다 생물을 만날 수도 있고, 또 다른 떠돌이를 마주칠 수도 있다.
일촌 파도타기 생각나서 혼자 키득거렸다.

한참 센세이셔널한가 싶더니 개인정보취급 이슈 만나서 바로 빠르게 식어버렸다. 
싸이월드의 위대함만을 다시 리마인드 시키는 역할을..
 

2. 귀한 사람들과의 식도락

북촌 저녁, 맛집 입구

수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스쳐 지나간다. 
지나쳐버리지 않고 매듭지어 인연을 만드는 일은 얼마나 경이로운가. 

2월엔 유독 오래된 인연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일이 많았다.

퓨전 한식을 파는 온6.5도라는 가게였다 맘에 쏙

딸기와 동치미의 조합이라니 새콤달콤 오묘하니 너무 맛이있었다!

영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전 직장 선배가 또 다른 도약을 앞두고 잠시 귀국했다.
덕분에 전직장에서 따르던 선배들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수다를 떨고 식도락을 즐겼다.

선배들은 여전히 모든 구석이 멋진 언니들로서 제각기 훌륭한 방향을 향해 부단히 나아가고 있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찾아 나선 나는
찾은 저녁을 귀히 쓰지 못하고 나태하게 지내는 듯해서, 모든 것 앞에서 머뭇거리기만 하는 것 같아서
문득 부끄러웠다.
 

식 전 주! 술병 센스 최고

그렇지만 내가 어느 방향으로 걸어 나가든, 따라 걸을 수 있는 발자국이 나있다.
그것으로 충분하고 든든하다.
감사한 일이다.
 

항아리와 한옥과 야경

 
 
 

 
 
 
반가운 사람을 환영하는 일과, 정다운 사람을 환송하는 일이 함께 있는 달이었다. 

고등학교 친구 J가 뉴욕으로 일하러 갈 날이 다가온다.
평소에 자주 만나지 못했던 아쉬움에 2월 들어 거진 매주 만났다.
행정상의 이유로 미뤄지는 출국 덕분이었다.
땡큐 UN HR.

워커힐에서 내려다본 서울

대학도 대학원도 미국에서 나왔고 이전에도 국제기구에서 일했던 친구다. J의 출국은 일상적이라면 일상적인 일인데 이번에는 왠지 느낌이 달랐다.

기어코 이번엔 진짜 영영 먼 곳으로 나가 터전을 꾸리고 거기 뿌리내리는구나 싶은 기분.

피자힐 앞 야경

친구가 되고 우정을 나누는 일이 얼마나 신기하고 귀한 것인지에 대한 글을 본 적이 있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도, 혈연도 아닌 사람들끼리 인생의 어떤 시기에 맞닿았다는 이유로, 종종 연인이나 가족보다도 더 깊고 돈독한 사이가 된다.

그런 생각을 곱씹으면 여전히 모자란 나의 더 모자란 시절의 어느 순간을 함께해 준, 그리고 지금까지도 나의 좌충우돌을 곁에서 지켜봐 주는 친구들에게 깊이 애틋한 마음이 든다. 
 

J를 환영하는 그녀의 차 ㅋㅋㅋㅋㅋ 그녀다움 그자체

우리는 기숙사에서 쭈뼛쭈뼛 만나 짐을 풀던 열일곱 그 소녀시절로부터 지금까지 굉장히 많이 달라졌으며, 또 현편으론 이렇게까지 그대로여도 괜찮을까 싶을 만큼 변하지 않았다.
우리가 서로 앞에서만큼은 철들지 않은 십대 소녀 모습 그대로를 내비쳐도 편안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실이 더없이 따뜻하고 몽글몽글하다. 
 
J 가기 전가지 더 틈틈이 만나야지!

기숙사에서 피자 시켜먹던 추억 한가득, 디토 끼얹는것 같은 기분

 

 

 
영영 잃는 것은 아닌가 무서웠던 친구와도 다시 만났다.
 
친구를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는 내겐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마침내 돌아온 C는 알까.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재수를 핑계로 아예 연락이 두절 돼버린 친구들이 있다. 
 
재수가 끝나면, 삼수가 끝나면, 대학에 가고 나면,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그 시절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꼭 전부만은 아니라는 걸 깨달을 만한 나이가 되면 어떻게든 다시 연결되겠거니 생각했던 아이들이 그 어떤 계기에도 불구하고 나타나지 않았다.

아직도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채로 떨어져있다.

행복해라 꼭

대학 친구 C와도 4년 가까이 떨어져 지냈다.
iMessage '읽음' 표시만을 생존 시그널 삼아. 
 
마침내 등장해 준 C가 지낸 시간을 듣고 있노라니 힘들었을 시기를 혼자서만 힘들도록 둔 것 같아 가슴이 쓰렸다. 

그렇지만 우직하게 그 시간을 무사히 지나 다시 용기를 내준 C가 기특하고 고마웠다. 
 

언니처럼 귀엽고 엉뚱하고 어수선한 폰

떨어져 지낸 몇 년은 잠깐일 테니 앞으로는 계속 힘든 것은 힘든 대로 좋은 것은 좋은 대로 깊고 질기게 나누며 같이 늙어갔으면 좋겠다. 

학관 잔디밭을 같이 구르며 낄낄대던 그 감성 그대로 언제까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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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셰익스피어 인 러브 

작가의 책상

Literature and Film이었던가, Film and Literature였던가.

영문과 3학년 시절, 가슴 벅차도록 좋은 수업이 있었다. 
그 수업을 통해 봤던 영화 중 아주 오래오래 가슴을 울린 영화가 바로 Shakespeare in Love였다.

연극이 올라간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어찌나 기뻤던지. 
 

정소민 정말 요정같이 너무 예뻤고 이상이는 무대에서 직접 보는게 더 멋있더라! 발성까지 최고.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에 대한 아름다운 상상력이 문학과 영화를 넘어 다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것을 보는 기분은 거의 완벽했다.  

훌륭한 스토리에 녹아드는 배우들의 열연뿐 아니라 막을 활용하지 않고 세트를 움직이는 방식의 무대구성/장치, 연출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다른 캐스트 버전도 보고 싶었다.
영화도 다시 보고 싶고. 
 

피켓팅 잘은 못했음

4. 찰랑 

 

2월은 내내 찰랑거렸다. 온통 찰랑거렸다. 
바닥나는 듯한 상태와 넘치기 직전의 그것이 맞닿아 닮아있다는 것은 얼마나 역설적인가.
 
이런저런 일들에도 불구하고 연중 가장 짧은 한 달, 정말 새로운 해에 이제는 마침내 적응해야 할 것 같은 마지노선 같은 한 달을 표현할만한 가장 지배적인 감정은 찰랑거린다는 느낌.
 
5월에 숨통 트기 전까지 새봄을 잘 보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