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의 독서

별일 없는 사월을 보낼 줄 알았는데 은근히 잔인했던 달.
역시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T.S. 엘리엇 인사이트 만세다.
그래도 그럭저럭 양심없이 잡아둔 월 목표를 채움.
 

4월의 북트리 달력

열린책들 한국 시집 초간본 100주년 기념판 버전을

충동구매한 덕분에

한국 고전시 정수를 되새김질 할 수 있었다.

 

신형철 문장은 말해 뭐해 너무 좋았고,

그가 고른 시들이

나도나도를 외치게 하는

내가 좋아하는 시들이라 또 좋았고

그 평론의 대상이 시라는 점이 또또 좋았다.

 

또 방탄 완전체 활동 중단으로

약간 살짝 조금 절약한 것 같은 기분에 힘입어

참고 참고 참았던 문학동네 북클럽 가입한 덕분에

(민음사도 가입했....)

선뜻 집어들지 않았을 것 같은 책도 읽었다.

문송해 죽을뻔했네...

 

올해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는 어쩐지 대체로

모계로, 혹은 여성과 여성 사이로 흐르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통각과 전우애와 한과

유대에 대해 곱씹도록 하는 이야기들이 실렸다.

 

젊작집을 완독했으니, 실로 봄이 절정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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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 님의침묵

교보문고 판교점 충동구매

 익숙해서 새삼스러운 순정, 정성 가득한 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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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교보문고 판교점 충동구매

 정결하고 여리어서 고고했고

또 너무 아팠던 어떤 청춘의 마음.

거기서 우러난 문장들은 한컴타자연습부터

교과서에 이르는 숱한 소모에도

결코 빛바래지 않고 또렷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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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 인생의 역사

신형철에 반해서 언젠가 사두었던 책

인생의 역사는

결국 어떤 형태로든 사랑으로 쓰여지나보다.

형언하지 못해 절절매던 마음을 응축한 문장을

남에게서 발견하기 위해

시집 속으로 동면하는 시간들을 돌이켜본다.

평론의 본질이 덕질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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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하민 라바투트,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문학동네 북클럽 전리품

 과학은 진보와 파괴를 쌍둥이처럼 거느리고

역사를 타고 흘렀다.

좀처럼 세상을 이해할 수 없으므로

이해하고 싶다는 욕구가 밀물처럼 밀려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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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문학동네 북클럽 전리품 2

때려죽여도 하기 싫지만 할 수 있는 일을

기어코 해내고 제자리로 돌아가,

영혼의 탯줄을 따라 자개장을 대물림했다.

백 년 가까이 되어도 어디로 가야 할 지 알 수 없어

살아 있음이 이상했던 삶.

꿈 속을 떠돌다 얼어붙은 보도에 내딛은 맨발은

드디어 아주 먼 곳을 향한다.

딸들의 걸음이다.